
UNIST, 외부 전원 없이 햇빛만으로 물에서 수소 만드는 유기 광전극 개발
그린수소를 만드는 태양광 물 분해 장치는 대개 전기를 따로 ‘보태 줘야’ 겨우 돌아갔다. 햇빛만으로는 힘이 모자랐다. UNIST 연구팀은 빛 흡수층을 두 겹으로 쌓아 그 외부 전원을 걷어냈다.
외부 전원 없이 햇빛만으로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유기 광전극이 개발됐다. UNIST 탄소중립대학원 김진영 교수와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재성·임한권 교수팀은 빛을 흡수하는 유기 반도체 층을 두 겹으로 쌓아, 외부에서 별도로 전압을 가하지 않아도 수소를 생산하는 ‘탠덤 광전극’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광전극을 이용한 태양광 물 분해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만드는 기술로, 광전극 내부 반도체가 빛을 흡수하면 전자가 촉매로 이동해 수소 발생 반응을 일으킨다. 유기 반도체 광전극은 소재를 용액에 녹여 바를 수 있어 대형 전극을 만들기에 유리하지만, 흡수층 하나에서 얻는 전압만으로는 물을 분해하기 어려워 그동안 외부 전원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외부 전원 없이 작동하는 유기 반도체 기반 광음극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플라이드 카탈리시스 B’에 9월 6일 온라인 공개됐다.
빛 흡수층 두 겹 쌓아 ‘외부 전원’을 걷어내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쪼개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이 필요하다. 문제는 유기 반도체 흡수층 하나로는 이 전압을 채우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기존 유기 광전극은 바깥에서 전기를 보태 줘야 작동했다.
연구팀의 해법은 흡수층을 두 겹으로 쌓는 것이다.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반도체 층을 위아래로 포갠 ‘탠덤(tandem, 두 층을 쌓아 각각의 전압을 합치는 구조)’ 방식이다. 두 층에서 각각 만들어진 전압을 합치면 물 분해에 필요한 전압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다. 바깥에서 전기를 끌어올 필요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 방식의 이점은 ‘용액으로 바를 수 있다’는 유기 반도체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다는 데 있다. 유기 반도체는 소재를 용액에 녹여 바르는 저온 공정이 가능하고, 독성 납이나 희귀 금속을 쓰지 않아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에 유리하다. 외부 전원만 걷어내면 대면적·저비용이라는 장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다.

두 층을 ‘썩지 않게’ 잇는 새 연결층이 열쇠
진짜 난제는 두 층을 잇는 ‘연결층’이었다. 연결층은 위아래 반도체에서 생긴 전압을 손실 없이 합쳐 주는 부분인데, 기존에 쓰이던 연결 소재(PEDOT:PSS)는 산성이 강하고 습기를 잘 흡수해 인접한 층을 손상시켰다. 물속에서 급격히 성능이 떨어지는 고질적인 문제의 원인이었다.
연구팀은 산화몰리브덴과 유기 분자 ‘2PACz’를 결합한 새 연결 소재를 개발했다. 산화몰리브덴은 강한 산성을 띠지 않고 습기도 잘 흡수하지 않으며, 2PACz는 결함을 줄이고 전하 이동을 돕는다. 반도체 층을 입힐 때 쓰는 용매에도 잘 견딘다. 전압은 손실 없이 합치면서, 옆 층을 부식시키던 약점은 없앤 것이다.
효과는 수명 시험에서 드러났다. 새 연결층을 쓴 광전극은 10시간 뒤에도 초기 광전류(빛을 받은 광전극에서 흐르는 전류로, 수소 생산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의 86%를 유지했다. 반면 기존 연결 소재를 쓴 광음극은 같은 시간에 초기값의 36%로 떨어졌다. 썩지 않는 연결층이 성능 유지의 열쇠였던 셈이다.
효율 7.9%·대면적 실증…수소 단가 낮출 길
성능 수치도 확보됐다. 0.56㎠ 크기 광전극은 외부 전원 없이 물을 분해하며 태양광 수소 전환 효율 7.9%를 기록했다. 이는 들어온 태양빛 에너지의 7.9%가 수소에 저장됐다는 뜻으로, 연구팀은 외부 전원 없이 작동하는 유기 반도체 기반 광음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수소 생산 장치의 귀금속 사용량도 줄였다. 광전극의 백금 함량은 중량 기준 약 0.1%이며, 산소 발생 전극에는 귀금속 대신 니켈·철·코발트로 만든 촉매를 썼다. 두 전극이 같은 용액에서 작동해 별도의 이온교환막도 필요 없다.
실험실을 넘어선 검증도 이뤄졌다. 연구팀은 320㎠ 크기의 대면적 모듈 시스템을 만들어, 실제 자연광 아래에서 외부 전압 없이 수소가 뿜어져 나오는 야외 실증에 성공했다. 작은 전극에서 확인한 성능을 넓은 면적으로 키워, 바깥 햇빛 아래에서도 작동함을 보인 것이다.
경제성 분석도 긍정적이었다. 전 공정 경제성 평가(TEA) 결과, 현재 효율로 하루 10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가정하면 수소 1㎏당 생산 비용은 9.26달러로 추산됐다. 효율이 7.9%인데도 효율 10%인 광전극과 비슷한 생산비인데, 유기 반도체로 전극 제작 비용을 낮춘 이점이 반영된 결과다. 향후 전환 효율을 이론적 한계인 16%로 높이고 하루 생산량을 30톤으로 늘리면 1㎏당 4.26달러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진영 교수는 “유기 반도체를 쌓은 전극에서 성능을 떨어뜨리던 연결층의 불안정성과 부식 문제를 해결한 연구”라며 “용액으로 가공할 수 있는 유기 반도체의 장점을 살려 그린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